아무리 고매한 영혼의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혹독한 실존앞에서 어떻게 육체를 속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또한 신기한 것은 비참하고 혹독한 현실속에 놓여 있을 때도 인간의 영혼은 어떤 고귀함의 이상을 역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교'라든가, 혹은 어떤 이념을 위해서 하나뿐인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버릴 수도 있는 인간을 우리가 어떻게 순전한 육신의 존재라고 단정지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철학자들이 이러한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해 깊은 탐구를 하게 된 것은 결코 현학적 도락취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탁월한 정신능력을 지닌 인간에 대한 심미적이고 치밀한 논리적 분석의 상세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이상학을 왜 'metaphsics'라고 명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이후, 형이상학의 중요성이 상당히 인식된 다음부터는 그것이 모든 철학의 근간이며 또한 물리적인 영역을 훌쩍 넘어서 있다는 의미에서 '제 1철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위한 명명임을 나는 확신한다. 형이상학은 모든 '有'를 다룬다. 이러한 '있음(有)'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의식의 흐름, 심지어 '없음'조차도 포함되기 때문에, '有'라는 것이 알고보면 얼마나 까다롭고 지독하게 정미(精微)한 것인지를 소름끼칠 정도로 깨닫게 된다. 이런 '있음'의 분석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존재'의 귀중함과 신비를 인식하고, 인간이상의 어떤 존재에게 다가갈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베르그손'을 비롯한 일부 반지성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거부하면서, 인간이성으로 다가갈 수 없는 학문을 과연'學'으로 볼 것인가를 강력히 회의했지만, 오히려 이성의 시대인 근대를 지나온 지금 형이상학은 더욱 새로운 관심학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드러난 모든 것은 모두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임을 알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깊은 탐구를 요구한다. 형이상학은 그런 점에서 인간의 탐구심에 불을 붙이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순수 학문의 꽃이라 사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