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엔트로피가 특정 물리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라면 정보이론에서는 불확실성의 확률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질서가 있는 물질계에서는 엔트로피가 낮고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에 상태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되고, 불확실성이 낮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정보의 양은 적게 된다. 예컨대, 보자기 속에 5개의 바둑알이 모두 검은색 돌로 이루어져 있다면 다음에 어떤 돌을 뽑을 것인가에 필요로 하는 정보의 양은 적지만, 만약 흰색 돌과 검은색 돌이 섞여 있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된다는 의미와 같다. 흰색 돌과 검은색 돌의 개수가 비슷해질수록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하고 이때의 엔트로피 또한 높아지게 된다.
엔트로피가 정보 양의 기댓값으로도 표현된다는 사실은 미국의 공학자 새논(Claude Shannon)과 위버(Warren Weaver)가 공저한 1949년 『수학적 통신이론(The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 책에서 증명했다. 그들은 정보의 양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다가 정보라는 것이 바로 음(陰)의 엔트로피인 네겐트로피와 똑같은 수학적 표현을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발견은 객관적 사물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되는 ‘질서’라는 개념과 사물에 대한 ‘정보’라는 개념이 사실상 동일한 개념일지도 모른다고 하는 의미심장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진입하면서 시간가치에 대한 부정확성 등으로 교통수요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통행은 다른 경제활동으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행수요를 유발(파생)수요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통행시간과 유발수요는 역(逆)의 관계에 있다. 통행시간이 길어지면 교통수요는 줄고, 반대로 통행시간이 짧아지면 교통수요가 늘게 된다. 이 경우 통행자는 통행시간의 단축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의향을 갖게 된다. 통행시간의 가치는 통행목적, 통행선호도, 통행환경, 통행수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교통수요의 예측과 인프라 건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첨단교통체계(ITS)의 도입과 인공지능(AI)에 의한 자율주행차량의 운행,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정책 등은 교통수단, 교통환경의 신뢰성과 정시성, 안정성 향상을 촉진하여 교통혼잡, 교통불편, 교통공해 등의 비효용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통행시간의 가치는 점차 떨어져 심지어 ‘영(零)’ 시간가치 혹은 ‘음(陰)’ 시간가치까지 관찰되고 있다. 시간의 가치를 이용한 기존의 교통수요분석이나 인프라 건설의 경제성 분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정보와 소통의 증가는 네겐트로피의 증가를 가져오고 물질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에너지의 양을 증가시킨다. 과거에는 에너지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엔트로피와 싸우면서 질서와 구조, 그리고 패턴을 창조했다면 미래는 네겐트로피에 의한 새로운 질서 창조와 엔트로피에 의한 질서 파괴 사이의 끝없는 싸움이 전망된다. 슈레딩거는 생물이란 결국 네겐트로피를 먹고사는 존재라고 단정하고 있다.
글 : 이용재 / 중앙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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