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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의 혁신/박진영/부산일보/ 복지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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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09:07: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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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고정관념의 혁신
/ 박진영 사회복지법인 새들원 원장 / 2004. 8. 6일자 부산일보
' "요 녀석! 또 네가 그랬지? 말을 안 들어봐도 네가 그랬다는 걸 다 알아!'
Y는 무슨 대꾸를 하려는데 선생님의 추궁은 그걸 가로막는다.
'왜 그랬어? 왜 남의 물건을 빼앗고 그래.'
'선생님,제가 안 그랬어요, 정말 제가 안했다고요,엉엉,훌쩍훌쩍….'
결국 Y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다가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모 아동복지기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역시 Y가 그렇게 한 게 아니었다. 말하자면 '고정관념의 낙인'을 찍어버린 것이다. '낙인'이란 말은 어찌 보면 인간의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 중의 하나이다. 원래는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닌데도 자꾸만 나쁘다고 계속 몰아세우다 보면,급기야 아이에게는 반항심이 누적되고,나중에는 옳고 그름의 판단 경계선마저 흐트러지게 해서 정말 비뚤어진 아이가 되기 쉬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바로 이러한 점들이 현대 아동복지의 선결 과제이다. 의식혁신만으로도 시설아동의 인권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어떠한 사건이 그 쌍방 과실률이 50 대 50이건 40 대 60이건 시설아이들에게 100% 과실이라는 바가지를 씌우는 게 현실이다.
다른 나라에는 우리와 같은 아동양육시설이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더없이 남다른 아픈 역사의 상처가 많다. 우리들에겐 '레미제라블'이야기보다 몇 천 배나 더한 저 한국전쟁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다. 생존의 사선에서 발버둥쳤던 시절의 절박했던 파노라마가 너무나 강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타인을 쉽게 낙인 찍고 자기는 거기서 벗어나려는 심리가 우리에게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길고 긴 험난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둘러쓰고 온 굴레이며,잘못 인식된 유전자 지도 '게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들은 모두 다 벗어 던져 버리고 확 털고 가자. 바야흐로 지금은 '포스트모드니즘'적 초현대 국제화 사회가 아닌가?
지금은 옛날 그 아팠던 시절의 '고아원'이 아니다. 고아원이란 이름조차 쓰지 말아야 한다. 명칭은 '아동양육시설'로 바뀌었고,기능도 옛날의 단순 수용보호의 차원에서 이제는 24시간 보육기관,오후 학교의 기능 등과 함께 종합 아동복지기관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 시설의 경우,아이들이 학교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초등학생은 거의 모두 학원에도 다니며,친척집 등에 외출·외박을 자유롭게 하며,더욱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앞으로는 거의 모든 양육기관이 24시간 보육기관이나 오후 학교의 기능까지 연계될 추세에 와 있다.
아동양육기관 아동의 구성비를 보더라도 엄청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시설마다 약간의 특수성은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아동양육시설에 입소되는 아이들은 경제난,이혼 등으로 일시 해체된 가정의 자녀,생활이 어려운 모자가정·부자가정의 자녀들,그리고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대략 70~80% 정도다. 편부모라도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보더라도 옛날의 고아원 개념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급변하는 국제화의 현 시대적 조류 속에서 아동복지 발전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과제는 무엇보다 왜곡된 아동관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현대적 아동복지란 시설아동들뿐만 아니라 모든 아동들이 건전하게 잘 자라게 해서 건실한 사회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아동복지의 성공적 구현은 국가 백년대계이며 사회발전의 근간이고 우리들의 가장 큰 소망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이고,우리가 영원의 자리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천국의 계단이며 희망의 새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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